권병관(기선) 할아버지는 최근 가정형편이 어려운 관내 12개 읍면 1백가구의 이웃들에게 40kg들이 쌀 한 포씩을 골고루 나눠 주었다. 쌀값은 어림잡더라도 약 7백만원. 권 할아버지가 올 해 7천여평에서 수확한 쌀 절반에 이르는 양이다. 나머지 쌀도 아들, 딸, 친척들과 형편이 딱한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나눠주다 보면 내다 팔 게 거의 없다.
권 할아버지는 평생 남을 도우며 살아왔다. 권 할아버지의 부인 윤사연(81) 할머니도 남편의 뜻을 따라 가난한 이웃을 돕는 데 적극적이다. 그야말로 부창부수다.
50여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지었다. 멀리 용궁장을 이용하는 길손들에게 공짜로 잠을 재워주고 밥을 먹여주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좀 더 잦은 곳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.
“100살이 될 때까지 매년 쌀 100포씩 이웃들에게 나눠줄 계획입니다.”
권 할아버지는 100세 때까지 건강하게 농사를 지어 가난한
이웃들에게 베풀 자신이 있다고 했다. 그는 “좋은(착한) 일을 하면 사람은 몰라주더라도 하늘은 다 알기 때문에 병(病)도 비켜간다”고
말했다.
대한노인회 지보면분회장으로 8년 동안 봉사를 펼친 권 할아버지는 지난 2007년 대통령 표창과 정심상(正心賞)을 수상했다. 이 때도 받은 시상금에다 자비를 보태 불우 이웃들에게 쌀을 후원했다.
수년 전부터는 12개 읍면 90세 이상 노인들을 한 자리에 모셔 점심을 대접하고 양말을 선물해오고 있다. 새해부터는 예천군 관내 최고령자 3명에게 각 10만원씩의 장수축의금을 전달할 계획도 세워놓았다.
권 할아버지가 이런 봉사를 펼칠 수 있는 데는 가족들의 힘이 크다.
“부모님께서 좋은 일을 많이 하셔서 우리 형제들이 우애 있고 하는 일도 다 잘 됩니다.”
큰아들 내외(권중석·김옥순)는 매달
50만원의 생활비를 보내주며 권 할아버지에게 힘을 보탠다. 다른 자녀들도 생활비를 보내려고 하지만 그 때마다 손사래를 친다. 그 돈으로 이웃들을
도우라며…….
장남 중석(57) 씨는 GM 대우자동차 인천 부평공장(공장장), 차남 중희(55) 씨는 예천군청, 삼남 중배(47) 씨는 경북농촌진흥원에 근무하는 등 4남 3녀의 자녀들도 반듯하게 자라 이웃을 도우며 성실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.
권 할아버지는 건강만큼이나 기억력도 좋다. 이웃, 가족, 친지 등 2백여명의 휴대폰 번호를 기억할 정도. 언젠가 기회가 되면 KBS1 텔레비전 ‘아침마당’에 출연, 젊은이 못잖은 기억력을 뽐내고 싶은 바람이 있다.